번햄은 영국의 번화가를 구할 수 있을까?
도심은 21세기 지역사회의 중심지로 거듭나야 한다

영국의 번화가는 단순히 쇼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곳 그 이상이다. 도심은 번영과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을 가늠하는 지표다. ‘뒤처진’ 느낌을 받던 지역일수록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고, 이후 나이절 패라지의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리폼 UK의 탄탄한 기반이 된 곳도 많다. 앤디 버넘이 새 총리로서 영국 전역을 돌며 도심 재생을 약속하는 가운데 이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의 많은 시도는 실패했다. 버넘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번화가 쇠퇴의 원인은 뿌리 깊고 복잡하다. 1980년대 교외형 소매공원과 도시 외곽 대형 슈퍼마켓이 등장하면서 도심의 매출을 빼앗아간 데 이어, 20년 뒤에는 온라인 쇼핑 혁명이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부 소매 체인은 차입을 통한 인수 과정에서, 특히 부동산을 매각한 뒤 재임차하는 방식이 활용된 경우, 더 무거운 부채와 장기 임차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 매출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이었다. 소매업체들은 에너지 가격 충격과 최저임금 인상부터 사업세의 지속적인 인상, 여기에 스타머 정부의 고용주 급여세 인상에 이르기까지 다른 비용의 급격한 상승에도 직면했다.
쇼핑 습관의 변화로 인해 소매업이 40년 전과 같은 규모로 도심에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목표는 번화가를 21세기에 맞게 탈바꿈한 지역사회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양질의 상점, 오락·여가 및 ‘체험’ 시설, 기업과 사무실 공간, 주거시설, 우체국과 NHS가 계획 중인 지역 보건센터 같은 시설이 어우러져야 한다. 남는 소매 공간은 용도를 바꾸거나, 심지어 철거해야 한다.
버넘이 지방 당국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공공자금으로 도시 재생 사업에 마중물을 부어, 자신이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으로 재임할 때 활용한 모델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은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 지도자들은 무엇이 효과를 낼지 가장 잘 아는 경우가 많고, 재생 사업은 통합 교통망과 접근성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도자들에게는 실행 가능한 비전과 이를 현실화할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영국 최대 도시 중 하나의 도심을 되살리는 일은 쇠락한 위성도시를 회생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웨스트민스터 정치권에서 버넘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일은 오프라인 소매업과 온라인 소매업 간 경쟁의 장을 공평하게 만들기 위해 사업용 부동산세를 개혁하겠다는 노동당의 2024년 공약을 더욱 진전시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총리가 되기 전 버넘은 온라인 물류 허브의 세율을 인상해 숙박·외식업체의 세율 인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형 소매업체들은 이 조치가 온라인 사업 비용도 높일 것이라며 반발했다. 대신 펍, 사교 클럽, 음악 공연장에 대한 사업용 부동산세를 20% 인하하는 비용은 많은 번화가를 점거하고 있는 “전자담배 매장 같은 반사회적 사업체”에 제공되는 세제 감면을 재검토하고 기타 조치를 시행해 충당할 예정이다.
버넘은 지방의회에 신규 전자담배 매장과 도박장에 대한 통제권을 더 많이 부여하고 싶어 하며, 정부는 탈세와 조직범죄에 연루된 번화가의 불법·불량 사업체를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업체들이 그 공간을 원하지 않는다면 신규 전자담배 매장이나 도박장을 막는 것은 빈 점포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입지를 더욱 사업성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사업용 부동산세를 전면 재검토하는 일이 여전히 핵심이다. 오프라인 점포의 세율을 낮추기 위해 온라인 소매 매출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하나의 선택지지만, 다채널 소매업체를 불이익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설계하기는 까다롭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대신 상업용 부동산의 토지가치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한다. 세 부담을 토지 소유자에게 옮기고 부동산 투자를 장려할 수 있지만, 정부는 이처럼 막대한 행정 변화를 꺼려왔다.
그러나 번화가를 되살리려면 소비할 돈이 있는 소비자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는 생활비 부담을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버넘 정부의 두 가지 핵심 우선순위를 실현할 능력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돼 있다. 이들 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판자로 막아놓은 점포들을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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