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여전히 포워드 가이던스가 필요하다 — 하지만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통화정책이 제약받는 시기에 대비해 정책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어제 게재
필자는 핀란드은행 총재이자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 위원이다.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의 전략과 정책 수단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인 것은 바람직하다. 연준의 접근 방식 변화는 다른 지역의 시장 행태와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을 훨씬 넘어선 관심을 받을 만하다.
많은 이들이 연준이 현재 추진 중인 것처럼 유럽중앙은행도 통화정책의 포워드 가이던스 발표에 대한 입장을 재검토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이 정책 수단에 대한 유럽의 경험과 미국의 활용 사례가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에 좋은 시점이다.
특히 두 경제는 한 가지 핵심 변수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 바로 잠재 수준의 산출과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에 부합하는 균형 실질금리(또는 ‘자연이자율’)다. 이 금리는 유로 지역보다 미국에서 구조적으로 더 높으며, 미국의 AI 주도 투자 붐이 그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현재 추정치에 따르면 유로 지역의 자연 실질금리는 0에 가깝다. 여기에 ECB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적용하면 명목 중립금리는 약 2%가 된다. 미국의 추정치는 편차가 더 크지만 분명히 더 높으며, 이에 따라 명목 중립금리는 3~4%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통화정책에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연준은 일반적으로 추가 인하가 기껏해야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실효하한’에 도달하기 전까지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더 크다. ECB는 그 여지가 더 작다. 따라서 통화정책이 제약을 받을 때 전통적인 금리 인하를 대신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유럽에서 특히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ECB는 최근 몇 년 사이 통화정책 전략을 두 차례 검토했다. 2020~2021년과 2025년이다. 두 과정에 모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지 결론을 내리자면, ECB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정책 수단으로 유지하되 불필요하게 운신의 폭을 스스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2021년 전략은 지나치게 낮은 물가상승률과 실효하한에 가까운 금리가 장기간 이어진 뒤 마련됐다. 이후 팬데믹, 에너지 위기, 한 세대 만에 가장 가파른 물가 급등, 그리고 급격한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혹독한 시험을 거쳤다. 그럼에도 핵심 구조는 견고하게 유지됐다.
대칭적인 2% 물가상승률 목표는 기대인플레이션에 확고한 기준점을 제공했고, 중기적 관점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충격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정책이 대응하도록 하는 한편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 위협으로 커졌을 때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 한편 포워드 가이던스는 앞선 저물가 시기에 그 가치를 입증했다. 금리가 하한에 묶여 있을 때 채권 수익률의 방향을 유도해 금융 여건을 완화한 것이다.
지난해 말 유로 지역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란 전쟁이 또다시 에너지 충격을 촉발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다시 2%를 웃돌았고, 이는 충격이 거의 예고 없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과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상기시켰다.
2025년 평가는 전략의 핵심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2021년 이후의 격동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했다. 금리가 하한선에 근접하면, 추가 인하 여지가 거의 없더라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추가적인 완화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언젠가 우리는 다시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하한선 문제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말하는 경제 법칙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험은 가이던스를 지나치게 확대할 때의 위험도 보여줬다. 문제는 의사소통이 약속으로 굳어지고, 약속이 경직된 행동 순서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상황이 급변하면 이는 정책 결정자들을 옭아맬 수 있다.
권고사항

ECB는 2022년 앞서 제시한 지침이 양적완화로 알려진 순자산 매입의 종료와 금리 인상을 연계했을 때 이러한 긴장을 경험했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자 ECB 정책위원회는 불과 몇 주 전 시사했던 수준보다 큰 폭으로 7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교훈은 불확실한 경제에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실패가 아니라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교훈은 2025년 전략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또한 이 전략은 리스크 관리와 시나리오 분석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모든 수단은 여전히 정책 수단으로 남아 있지만, 수단의 선택과 설계는 민첩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2021년 전략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정교화한 것이다.
유연성을 주저함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 2022~2023년 ECB는 1년 남짓한 기간에 예금금리를 4.5%포인트 인상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유용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2%에서 안정시키겠다는 확고한 약속과 이를 실현하겠다는 결의가 바로 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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