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비밀의 아웃퍼포머
현금 창출력과 더욱 폭넓어진 수익 기반, 낮아진 기술주 편중도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시장 동향으로 한발 앞서가세요.
필자는 골드만삭스의 유럽 주식 선임 전략가다.
유럽을 둘러싼 지배적인 서사는 흔히 영구적인 암울함에 가까운 것으로 느껴진다. 유럽은 고령화 인구를 가진 저성장 지역으로 여겨지며, 지속되는 에너지 공급 충격과 중국의 수출 지배력 확대 같은 외부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암울한 전망은 유럽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하고, 2026년 상반기 Stoxx 유럽 600 기업들의 이익이 15% 증가한 현실과 어긋난다.
실제로 유럽 주식은 2025년 초 이후 S&P 500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흔히 구경제이자 저성장 유럽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유럽 은행주가 2022년 이후 미국 초대형 기술주를 앞질렀다는 사실이다.
유럽 주식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가 있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은 에너지 자립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주식시장 주요 지수에는 석유 및 유틸리티 기업 등 에너지 생산업체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또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흔히 금리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은행의 순이자마진을 뒷받침한다. 소매업체, 자동차, 여행·레저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은 일반적으로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많은 투자자들은 유럽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경제성장을 주식시장과 동일시한다.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지만, 흔히 생각하는 만큼 크지는 않다. 유럽 Stoxx 기업들이 창출하는 매출 가운데 약 40%만 유럽 내에서 발생한다. 나머지는 해외 사업에서 나오며, 그중 4분의 1은 북미에서 발생한다. FTSE 100도 좋은 사례다. 매출의 4분의 3 이상이 영국 밖에서 발생한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유럽 기업들의 이익률과 자사주 매입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유럽의 업종 구성은 인프라, 방위산업, 전기화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에 대한 유용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과 인공지능(AI) 관련 잠재적 혼란에 대한 대비에 힘입어, 투자자들은 미국에 크게 유리했던 자본경량 사업에 대한 근시안적 초점에서 벗어나 헤일로 주식(Halo stocks·Heavy Assets, Low Obsolescence), 즉 자산은 무겁지만 구식화 위험은 낮은 주식으로 관심을 옮겼다.
중국이 글로벌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독일 제조업, 특히 자동차와 화학 등 업종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며, 유럽연합(EU) 정책당국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주식은 좋은 성과를 냈고,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지수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기록했다. 그 이유 중 일부는 중국이 수익성보다 시장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상당 부분은 지수 구성으로 설명된다. 자동차 기업이 유럽 주식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1%에 불과하다. 상장 업종의 대다수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끌어내리는 데 따른 영향을 덜 받는다. 금융, 에너지, 미디어, 여행·레저뿐 아니라 부동산, 통신, 유틸리티 같은 내수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념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유럽은 미국에서 등장한 것과 같은 고성장 슈퍼스타 기업을 그만큼 많이 배출하지 못했다. 또한 유럽 가계는 저축을 많이 하지만, 그 자금을 위험자산으로 유입시키지 못해 더 넓은 경제의 투자와 성장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정책이 이를 바꾸기 시작했지만, 이처럼 거대한 자금 풀의 흐름을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유럽은 현재 직접적인 AI 투자에서 뒤처져 있지만, 이러한 격차는 오히려 위험 분산 수단으로서 유럽의 매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과거의 기술 변화 물결에서도 선발 주자와 혁신 기업들이 과도하게 지출한 반면, 궁극적으로 수혜를 본 기업은 최초의 투자를 활용할 수 있었던 기업들이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투자 물결이 궁극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지, 또 얼마나 많은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의문이 있다.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유럽을 흠잡을 데 없는 시장으로 재구성할 필요는 없다. 투자자들이 집중 위험과 AI 자금 조달 비용,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갈수록 커지는 자본 수요를 저울질하는 국면에서 유럽은 다른 종류의 익스포저를 제공한다. 유럽 증시는 대부분의 매출 성장률 구간에서 미국보다 저렴하며,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통해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1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 사이 가장 강한 투자자 자금 유입도 나타나고 있다. 지출하는 시장이 아니라 현금을 창출하는 시장으로서 유럽의 위상이 가장 큰 강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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