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미텔슈탄트, 지체할 시간이 많지 않다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심화되면서 기업과 유럽에 개혁을 요구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리처드 밀른
어제 게재
독일 경제의 강점은 오랫동안 미텔슈탄트에 있었다. 대개 가족 소유인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이 불분명한 집단은 각자의 틈새시장에서 세계적인 선두 기업인 경우가 많으며, 전후 독일의 성공을 떠받친 중추를 이룬다.
따라서 유럽 최대 경제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텔슈탄트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독일의 금속 가공업체들이 중국에서 밀려오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베르트람 카블라트는 전형적인 미텔슈탄트 기업가다. 그는 독일뿐 아니라 영국과 스위스에서도 공부한 뒤 산업용 밸브를 제조하는 가족 기업 슈베르트 운트 잘처에 합류했으며, 현재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직원 수가 150명이고 매출이 5,000만 유로를 넘는 이 회사는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밸브 제조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지만, 이 회사의 제품은 포뮬러 1과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분수쇼 등에도 사용된다.
낙관할 이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허비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라고 카블라트는 말했다. 그는 독일 기계산업을 대표하는 협회인 VDMA의 회장이기도 하다.
독일을 둘러싼 암울한 분위기는 중국 경쟁업체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집중돼 왔다. 중국 경쟁업체들의 전기차는 대체로 더 저렴하고 혁신적이다. 미텔슈탄트 기계업체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이곳에서도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
독일의 금속가공업체들은 인공지능을 자사 장비에 접목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사업 속도를 크게 높이는 동시에 독일 및 유럽 정책입안자들의 지원도 필요로 한다.
중국발 경쟁 위협은 날마다 커지고 있다. VDMA에 따르면 독일의 대중국 기계 수출은 지난해 8%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금까지 같은 폭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산 장비의 독일 수입은 14% 증가했다.
독일 협동조합은행을 대변하는 DZ방크와 업계 단체들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암울한 상황이 확인됐다. 독일 중소기업의 투자 의향은 1995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의 에너지 위기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조사 대상 기업 중 향후 6개월 동안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한 곳은 52%에 불과했고, 그 기간에 사업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26%에 그쳤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의 상당수는 국내에 있다고 카블라트는 말했다. 그는 법인세율이 OECD 부유국 평균보다 약 5%포인트 높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다른 문제로는 높은 노동 총비용과 함께, EU 규정에 추가 기준을 덧붙이는 이른바 ‘골드 플레이팅’ 규제가 있다.
유럽 차원에서 독일의 중견기업들은 자본시장과 상품시장 등 단일시장과 관련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 때문에 독일 기업들은 중국이나 미국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불만도 있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브뤼셀이 보다 영리하게 대응하기를 원한다. 여러 산업계는 관세 때문에 더 이상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 중국산 제품이 유럽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불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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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블라트는 EU가 중국 기업을 상대로 덤핑과 과도한 보조금 문제에 대응할 때 더욱 표적화되고 유연하며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규정은 너무 자주 중소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부담시킨다. 또한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피해가 이미 상당히 발생한 뒤인 경우가 많다. 그는 중국이 외국 기업에 공공 입찰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중국 내 거점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모든 상황은 독일과 독일 기업에 불리하게 움직이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카블라트는 미국의 무역 관세, 러시아의 석유·가스 공급 제한, 희토류 광물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가리키며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목격한 것은 의존관계의 무기화”라고 개탄했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혁신에서 뛰어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수십 년 전 일본 경쟁업체들로 인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겨냈다. 그러나 이제 중국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유럽이 국방 측면에서도 더욱 자립하려는 가운데 미텔슈탄트와 독일 모두 개혁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카블라트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의 안보 측면에서 우리는 경쟁력 있고 신속한 산업 기반이 필요합니다.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 . 우리는 달려야 합니다.”
richard.milne@ft.com
분절된 시장을 연결해 기회를 포착하는 데 앞장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