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도입을 도왔던 나, 이제는 폐지할 때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 관행은 금융 시스템의 실제 건전성에 대해 대중을 오도할 위험이 있다

셰일라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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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전 의장이자 『100만 달러를 잃지 않는 법』의 저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미국 은행 규제당국은 미국 최대 은행들을 공개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당시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이었던 나는 이 작업을 공동으로 이끌고 지원했다.
이 테스트는 대중의 신뢰를 높이고, 심화되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은행들이 대출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테스트는 이제 매년 치러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의례로 전락했으며 은행의 실제 재무 건전성을 알리는 것보다 대중을 오도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상당한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의 스트레스 테스트 체계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도한다. 연준은 불리한 경제 시나리오를 가정한 뒤, 대형 은행들이 손실을 견디고 대출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 테스트한다. 테스트는 은행과 감독당국이 함께 배우는 협력적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2020년 이후 테스트 결과가 은행의 자본 요건과 직접 연계되면서 은행의 수익성에 미치는 중요성이 크게 커졌다. 여기에 테스트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과정은 점점 더 대립적으로 변했다. 은행업계는 테스트를 완화하라고 연준에 거듭 로비했고, 연준은 너무 자주 이에 응했다.
예를 들어 은행들은 원래 위험기반 자본 지표와 레버리지 비율 모두로 측정되는 회복탄력성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2020년 업계의 집요한 로비 이후 연준은 레버리지 비율 항목을 폐지했다.
은행들이 경기침체기에 대출 여력을 확대하고, 주주환원 재원을 미리 마련하며, 변동급여 지급 약속을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도 크게 약화됐다. 과거 테스트에서는 글로벌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의 사모펀드 보유 자산에 갑작스러운 손실이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이제는 이 부문의 손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가장 최근에는 업계의 소송에 대응해 연준이 손실을 계산하는 데 사용하는 모델을 상세히 공개하기 시작했다. Better Markets 같은 공익 옹호단체들은 이것이 은행들이 시험을 치르기도 전에 정답을 알려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정당하게 지적했다.
이처럼 업계를 달래는 조치는 연준이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 은행들이 얼마나 많은 자본을 잃을 것으로 계산하는지가 눈에 띄게 감소한 시점과 맞물렸다. 올해 테스트에서는 실업률이 10%에 이르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39% 하락하며 주택 가격이 30% 떨어져도 은행들의 전체 자본비율은 고작 1.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체계에서 역대 가장 낮은 하락폭이다. 금융위기를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 나는 이처럼 미미한 하락폭을 믿기 어렵다.
이 시나리오들은 과거를 돌아보는 성격도 강하다. 주로 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까지 급락했던 금융위기 당시처럼 디플레이션과 신용경색이 주도하는 경기침체를 가정한다. 하지만 오늘날 은행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직면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은 높은 금리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약화되는 경제다. 시스템 전반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 AI가 생성한 사기, 알고리즘에 따른 쏠림, 민간신용 시장의 혼란, 미 국채 시장의 교란 등 다른 위험들은 테스트 시나리오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테스트는 시장의 규율을 약화시키고 ‘대마불사’라는 인식을 강화하기도 한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가 대형 은행에 대해 자체적으로 엄격한 분석을 수행할 유인을 떨어뜨린다. JPMorgan의 최고경영자 Jamie Dimon은 이 테스트가 은행 이사회가 리스크 관리 책임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이 은행들이 건전하다고 한다면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연준이 회복력이 있다고 평가한 은행이 문제에 빠질 경우, 이 테스트는 연준을 곤란한 입장에 놓기도 한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이 체면을 지키기 위해 해당 은행을 구제할 방법을 찾도록 만드는 유인이 된다.
추천

연준은 법에 따라 매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야 하지만, 그 설계와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 연준은 현행 체계를 폐기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역동적인 감독 절차에 통합해야 한다. 이때 현재의 금융·경제 여건을 반영하는 다양하고 복수의 시나리오를 적용해야 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 자본 요건 설정과 분리돼야 한다. 모든 시스템적 중요 은행에는 강력하고 일률적인 스트레스 자본 완충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연준은 업계의 로비에 대응해 일방적으로 기준을 변경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규제 당국이 은행 자본 적정성의 의미에 대해 계속 입장을 바꾼다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는 이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는 시장 규율을 약화시키고 안일한 태도를 부추김으로써 금융 시스템을 더 불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신임 연준 의장 케빈 워시가 중앙은행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스트레스 테스트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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