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은 중국에 의약품 보관함의 열쇠를 넘겼다
미국과 유럽은 항생제 시대를 이끌었지만, 이후 이를 지속할 수단을 외주화했다

아라 다르지
어제 게재
필자는 외과의사이자 플레밍 이니셔티브의 집행위원장,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글로벌보건혁신연구소 소장이다
다음에 항생제를 처방받으면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라. 서방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답은 중국을 거치는 경우가 많고, 종종 두 번 거친다. 우리 의약품 상당수를 공급하는 인도의 복제약 제조업체들이 중국산 원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미국외교협회(CFR)가 202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인 아목시실린의 핵심 원료 중 약 94%와 전 세계 항생제 원료 수출의 거의 절반을 공급한다. 미국에서 승인된 의약품 가운데 약 700개는 중국에서만 생산되는 화학물질을 최소 하나 이상 사용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의존을 “희토류 문제에 맞먹는” 위협이자 “평시 무기화”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옳은 평가다.
이는 가상의 상황이 아니다. 2022~2023년 겨울, 제조 유인이 거의 없을 만큼 값싼 약인 아목시실린이 부족해 미국과 유럽 전역이 휩싸였다. 최저 가격에 맞춰 최적화된 공급망은 전략가들이 경고한 만큼이나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시장의 일시적 차질이 아니라 지정학적 대립이나 팬데믹으로 인해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고 상상해보자. 관련 화학 분야를 지배하는 국가는 경쟁국에 대해 핵심적인 지렛대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자유시장에 대한 믿음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시장 실패를 통해서다. 항생제는 덜 사용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드문 상품이다. 최고의 신약은 약효를 보존하기 위해 비축해둬야 하므로 판매량이 최소화되고,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할 방법도 없다.
결국 시장은 시장이 늘 하듯 행동했다.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는 항생제 연구에서 철수했다. 아차오젠은 2018년 신형 항생제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1년 만에 파산했다. 더 높은 판매량이 더 큰 수익을 의미하는 항암제와 비만 치료제로 자본이 몰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세균을 상대로 전 세계 개발 파이프라인에 있는 진정으로 혁신적인 항생제가 이제 12개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무기한 보조금을 경계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는 제약회사에 대한 복지가 아니다. 이미 전략적 부문이라고 인정한 산업에서 공공재의 가치를 시장이 제대로 매길 수 없는 문제를 바로잡는 일이다.
우리는 석유를 비축한다. 반도체 생산을 자국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희토류를 국가 안보의 문제로 다룬다. 항생제는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다. 항생제가 있어야 사회가 사람을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일부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더 쉬울 것이다. 영국은 이미 구독 방식으로 항생제 비용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처방 건당 가격이 아니라 이용권에 대해 고정된 연회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기업이 애초에 사용량이 적도록 설계된 제품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제안된 초당적 파스퇴르법도 물량이 아니라 이용권에 대가를 지급하는 같은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회는 이 법안을 거듭 폐기했다. 이는 전략적 상상력의 부재다.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경고하는 바로 그 의원들이 핵심 국내 의약품 공급망을 재건하는 데 국방 예산 항목의 일부만큼도 쓰기를 거부한 것이다.
두 번째로 더 저렴한 수단이 있는데, 내가 먼저 택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항생제 상당수는 맹목적으로 처방된다. 감염이 세균성인지 알려줄 수 있는 신속 분자검사가 비싸기 때문에, 세균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처방하는 것이다.
검사 비용은 수백 달러에 이를 수 있지만, 그 검사를 통해 사용을 피할 수 있는 항생제 비용은 몇 달러에 불과하다. 진단검사에 대한 보상체계를 개혁해 감염 검사를 처방전 자체만큼 쉽게 보험 급여 대상으로 삼는다면, 낭비적인 사용을 줄이고 내성 확산을 늦추며 수요도 감소시킬 수 있다.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안전을 확보하는 드문 개입이다.
한편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다. 이미 제조 기반을 장악하고 있으며, 10년에 걸친 규제 개혁 끝에 현재 전 세계 신약 파이프라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서방은 여전히 중국보다 앞서 혁신할 수 있다. 중국은 혁신 신약 계열의 항생제 발견에서 뒤처져 있으며, 미국이 원하기만 한다면 이를 공략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서방은 자신이 발명한 것을 생산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현장에 보급하는 법을 잊었다.
이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그러려면 먼저 항생제가 가장 싼 가격에 조달할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항생제는 핵심 인프라다. 위기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강요하기 전에, 항생제를 그렇게 다루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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