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Lex·Big Read·아카이브비공개 아카이브
← 아카이브 목록
오피니언

트럼프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수상쩍은 핵 협정

우라늄 농축에 대한 ‘골드 스탠더드’ 수준의 안전장치가 없는 합의는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편집위원회2026년 7월 24일616 단어원문 ↗

게시일 2026년 7월 24일

도널드 트럼프는 이란과의 불운한 전쟁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최우선 목표는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는 이란의 경쟁국인 중동의 강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거래를 성사시켰으며, 이에 따라 사우디가 자체 원자로 연료를 농축하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이 거래가 리야드의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전제로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미국이 전통적으로 요구해온 안전장치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당국자들의 시사 내용은 테헤란에서 주목할 것이며, 중동 전역과 그 너머에 우려스러운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에너지 구성을 다변화하려는 목표의 일환으로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 미국은 자국이 원자로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소 수출업체가 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이나 중국이 대신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합의가 미국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장하고, 미국에 핵심적인 감독 권한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리야드는 국내에 우라늄 매장지가 있는 만큼 완전한 핵연료주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오랫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걸림돌이 돼온 사안이다. 이번에 합의된 협정에는 미국이 다른 파트너들과의 협정에서 요구해온 핵심 조항들이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사우디가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기로 합의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협정도 포함된다. 아부다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에 확대된 사찰 권한을 부여하는 ‘추가의정서’에도 가입했다.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이 협정을 ‘최고 수준의 모범 사례’라고 불렀다.

리야드와의 합의에는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이 상업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2년간 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이는 농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 팀에 사찰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권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한보다 더 엄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사우디 지도부와의 장기적인 협력과 안정성에 대한 베팅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전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리야드와의 모든 핵 협정을 사우디의 이스라엘 인정과 연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초 발표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부인한 적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초당적인 반발에 자극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목요일 이른 시간에 소셜미디어에 해당 합의가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썼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 협정이다. 그는 “물질 농축은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상은 불분명하다.

IAEA의 확대된 사찰 체제에 대한 요건이 빠진 어떤 협상된 미국의 합의라도 우려스러운 선례가 될 수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대우를 요구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러시아나 중국 역시 자체적인 양자 간 사찰에 기반한 핵 협력 관계를 체결하려 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안보 악화와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미국이 동맹국 보호에 전념할지 여부를 두고 많은 ‘중견’ 국가들이 느끼는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일부 국가들로 하여금 핵 역량을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훼손된 관계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사우디와의 협정을 성사시키려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이란이 핵폭탄을 개발하면 사우디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온 만큼, 제대로 협상되지 않은 합의가 장기적으로 초래할 수 있는 역내 핵확산 위험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주요 미·러 군비통제 조약이 만료되고 미국의 축소되는 핵 ‘우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는 핵확산금지 체제에 상당한 추가 타격이 될 것이다.

FT 오피니언, 평일마다

최고 논객들의 날카로운 통찰과 현명한 판단을 만나보세요

이전미 법무부, 기업 합병 심사 간소화 추진
 ↑ 아카이브 목록
다음EU, 빅테크 보호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위협 시험대에서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