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왜 ‘프렌드슬롭’에 끝없이 빠져드는가
‘Big Walk’에서 ‘Among Us’까지, 새로운 세대의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낯선 사람을 이기는 것보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더 초점을 맞춘다.

크리스 올넛
호주 개발사 하우스 하우스의 최신작 어드벤처를 앞두고 경고문이 등장한다. “Big Walk는 친구들과 대화하는 게임입니다”라고 게임을 처음 실행하면 화면에 표시된다. 하지만 이어서 이렇게 덧붙인다. “음성 통화는 안 됩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할 수도 없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화면을 봐서도 안 됩니다.” 대신 게임 내 음성 채팅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 근처에 있는 캐릭터들과 대화할 수 있지만, 서로 멀어질수록 상대의 목소리는 빠르게 희미한 메아리로 줄어든다.
Big Walk가 협동에 크게 의존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는 중요하다. 플레이어는 만화 같으면서도 어딘가 개미를 닮은, 가느다란 팔다리를 가진 생명체 무리를 조종해 제목 그대로 ‘큰 산책’에 나선다. 잎이 무성한 풍경과 부담 없는 퍼즐이 펼쳐지는 섬을 가로지르는 여정이다. 이 여정에는 설명도 배경 이야기의 맥락도 전혀 없기 때문에, 분위기는 일행의 관계와 움직임에 따라 정해지며, 신경 써야 할 대화는 오직 우리 자신의 대화뿐이다.
게임을 시작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우리는 섬을 뒤덮은 어둠 속에서 일행 중 한 명을 잃는다. 몇 분 뒤에는 또 다른 한 명이 지도 끝에서 자유를 찾아 헤엄쳐 나가려다 (실패한다).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소통할 수 없기에, 우리는 팔을 흔들거나 불빛을 번쩍여 주의를 끄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중요한 교훈 하나는 얻는다. 누군가가 아이템을 옮기든, 목표를 완수하든, 그저 가만히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있든, 누구나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협동 플레이와 가벼운 장난스러운 방해 사이에는 미묘한 경계가 생긴다.
이 미묘한 경계선 때문에 Big Walk는 ‘프렌드슬롭(friendslop)’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프렌드슬롭은 다소 볼품없지만 의외로 다정한 경우가 많은 표현으로, 게임 자체보다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주로 즐거움을 얻는 인기 게임들을 가리킨다. 원래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유형의 애니메이션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용어는 가볍고 저렴하며 소통을 중심으로 한 경험을 원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프렌드슬롭인 것은 아니다. 이 표현은 친구들이 모험에 단순히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모험을 규정하는 게임에 적용된다. 이런 게임들은 개발자들이 ‘창발적 게임플레이’라고 부르는 것, 즉 의도적으로 설계된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Big Walk에서는 다른 플레이어가 휘두르는 커다란 붓을 통해서만 캐릭터의 외모를 바꿀 수 있다.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때문에, 대체로 상대가 자신이 요청한 색으로 칠해줬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당신 역시 그들에게 멋들어진 노란색 변신을 선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이는 그룹의 결속력을 시험하는 초기 단계지만, 상호 의존성만큼이나 의심을 키울 가능성도 있는 시험이다.

프렌드슬롭이라는 기치 아래 등장한 초기 게임 중 하나가 2018년작 어몽 어스였다. 미국 개발사 이너슬로스의 공동 창립자인 마커스 브로맨더와 포레스트 윌러드는 학생 시절 마피아 게임을 즐겼지만, 당시에는 집이 너무 좁아 속임수를 기반으로 한 파티 게임을 하기 어려웠다. 어몽 어스는 가상 우주선에서 추리와 속임수라는 동일한 역학이 펼쳐지도록 설계됐다. 플레이어는 크루원과 임포스터, 두 팀으로 나뉜다. 크루원은 우주선을 수리하기 위한 임무를 완료하고 임포스터를 밝혀내면 승리할 수 있으며, 임포스터는 임무 수행을 방해하거나 크루원을 죽이면 승리한다.
게임 자체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화려한 색감의 2D 배경과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조작은 대신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유죄 또는 무죄를 납득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과정은 정기적인 회의에서 펼쳐지며,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한 뒤 서로를 게임에서 탈락시킬지 투표해야 한다.
윌러드는 프렌드슬롭이라는 명칭을 좋아한다고 인정한다. 그는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잘 알려진 문제는 때때로 유독한 플레이어들과 함께하게 된다는 점인데,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하면 그 문제가 완화된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소셜 게임은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경험을 제공하지만, 그 경험의 질은 게임 커뮤니티 전체가 아니라 함께하는 친구들의 수준만큼 좋다.”
애그로 크랩과 랜드폴 게임스가 2025년에 출시한 피크에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만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로비 브라우저(참여할 수 있는 공개 게임 목록)도 없고, 무작위 플레이어와 매칭해 주는 대기열도 없다. 그 결과 매 세션이 시작될 때마다 그렇듯, 정찰대 그룹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른 섬에 불시착했을 때 그 그룹은 여러분이 알고 신뢰하는 플레이어들로 구성된다.

정말이지, ‘안다’는 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특히 험난한 암벽의 마지막 구간에서 동료가 당신을 끌어올리는 데 처음으로 실패하는 순간, 당신은 신뢰 문제를 겪기 시작할 테니까. 게임의 목표는 구조가 기다리는 정상으로 이어지는, 매일 달라지는 다섯 개의 등반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에 도달하는 데 걸림돌은 중력만이 아니다. 사나운 야생동물과 독이 든 열매가 있고, 친구들을 버리고 가면 나타나 재회할 때까지 쫓아오는 빙의된 보이스카우트 대장까지 있다. 따라서 등반 파트너들이 음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팔과 마비를 일으키는 블로 다트를 들고 있더라도, 혼자서 나설 유인은 거의 없다.
‘Big Walk’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관찰력, 손재주, 기억력, 탐험 능력을 재미있게 조합해야 하는 퍼즐 대부분이 다른 플레이어의 참여 없이는 풀 수 없으며, 그룹 규모에 맞춰 퍼즐의 난이도까지 조정한다.
‘Peak’와 마찬가지로 ‘Big Walk’도 모르는 사람들과는 플레이할 수 없다. 로비에 초대하려면 서로 친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들은 여정 중에 새로 사귄 친구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지내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초점을 둔다.
‘Big Walk’는 현재 PC, PlayStation 5, Nintendo Switch 2에서 출시됐다

FT 스왐프 노트, 프리미엄,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라나 포루하르와 에드워드 루스가 미국 정치에서 돈과 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