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드러낸 재앙을 외면하는 인간의 놀라운 능력
이제는 누군가가 이 마법을 깨주기를 기다리는 일을 멈춰야 한다

카밀라 캐번디시
게시일 2026년 8월 14일
지난 2주 동안 휴가로 지중해에서 찌는 듯한 더위를 견디며, 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 앞에서 경외감을 느꼈다. 우리의 고대 조상들은 농작물을 초토화하는 폭염과 해안을 휩쓰는 산불이 물러가기를 신들에게 빌었을 것이다. 변화하는 행성 위에서 현대 인류는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하늘에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기상 기록이 잇따라 깨지고 기후변화가 미래의 일이 아니라 명백히 현실이 됐는데도, 우리는 얼어붙은 듯하다. 여전히 탄소를 마구 소비하는 삶을 살아간다. 남아 있는 에어컨을 서둘러 사들이고, 또 다른 항공편을 예약하며, 어쩌면 애초에 전혀 필요하지 않았을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애처로운 자기위안에 매달린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실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제 대다수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문제의 규모가 너무 커서 우리는 무관심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많은 나라에서 생태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사람들이 그 영향을 직접 목격하는 곳에서 더욱 그렇다. 이는 전적으로 합리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을 행동에 나서도록 깨울 수 있을까?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은 효과가 없다. 경험상 파국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사람들은 문제의 규모에 압도되거나 아예 외면하게 된다.
예일대 연구진은 23개국에서 세 가지 서로 다른 기후 메시지가 미치는 효과를 시험했다.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을 이야기하거나, 문제를 “오염 유발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시하거나, 기후 대응의 진전을 설명하는 방식은 적어도 일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메시지 효과는 “미미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행동의 문제다. 우리 대부분이 기후변화를 걱정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왜 나만 희생해야 하지?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엄청나게 비싼 히트펌프를 설치하고, 두부를 먹어야 할까?
영국 정부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인의 72%는 기후변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변화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35%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하지 않는다면 그럴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이러한 결과는 공공정책 수립에 반영돼야 한다.
인류는 위기 상황에서 집단적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 우리는 나치 독일과 코로나19에 맞서 힘을 모았다. 최초의 국제 환경협약인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는 오존층을 훼손하던 염화불화탄소를 단계적으로 퇴출했다.
기후 비상사태는 대체 제품이 존재하고 생산업체 수도 적었던 CFC 문제보다 복잡성이 확연히 더 큰 사안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한 COP 회의가 무익한 로비 잔치로 전락한 가운데서도 끈질긴 이들이 진전을 이뤄냈다. 기업의 창의성은 더욱 효율적인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저장 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이끌었다. 트럼프 행정부조차 모든 진전을 좌초시키지는 못했다. 청정에너지 비용은 급락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행동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2022년 Nature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3분의 2 이상은 몇 가지 주요 기후정책을 지지했지만 동료 시민 중 절반 미만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연구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다원적 무지’ 때문에 우리가 발목 잡히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소수라고 잘못 생각하면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의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으면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아가 행동에 나설 준비를 더 갖추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가운데 더 많은 사람이 몇 가지 간단한 일에 행동으로 나서도록 설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전력망에 지원이 필요한 시간대에 가전제품을 끄거나, 다락을 단열하거나,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줄이는 일 등이 그 예다. 이런 일들에 대한 사회적 규범은 국가의 개입 없이도 우리 스스로 바꿀 수 있다.
유권자들은 서로 경쟁하는 온갖 주장에 회의적일 수 있다. 탄소 상쇄는 사기일 수 있다. 정치인들은 환경을 고려한 주택 개량을 가로막는 문화유산 보존 규정은 없애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값비싼 전기차를 사라고 촉구한다. 그리고 진영 정치도 실제 장애물이다.
30년 전 내가 녹색당 당원이었을 때 우리는 재활용 종이에 에너지 효율 개선안을 써내던, 우려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러다 녹색 진영은 반핵 집착에 빠졌고, 독일에서는 이로 인해 석탄에 대한 재앙적인 의존이 장기화됐다. 이제 녹색 진영은 강경 좌파 포퓰리즘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More in Common과 Climate Outreach에 따르면 많은 유권자를 짜증나게 하는 요란한 ‘진보적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주의이며, 상대를 깎아내리는 점수 따기가 아니라 초당적 협력이다.
기후변화는 모두를 평등하게 만든다. 부유하다고 해서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는 없다. 물론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 특히 메마른 땅에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려는 사람들보다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운명은 모두 연결돼 있다. 이번 주 서구 전역에서 사람들은 함께 일식을 보기 위해 공원과 지붕 위에 섰다. 우리 모두 하늘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다른 누군가가 마법을 깨주기를 기다리는 일을 멈추고, 우리가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일들을 시작해야 한다.
camilla.cavendish@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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