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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영국 전력 시스템, 진퇴양난에 빠져

지역별 가격제를 거부하고 전국 단일 가격을 택한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보이지만, 이제 와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게재일 2026년 8월 20일2026년 8월 20일491 단어원문 ↗

게시일 2026년 8월 20일

익숙한 난제다. 자신 있게 한 방향으로 출발했지만 그 길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면, 계속 나아가 선택한 경로에서 최선을 다하는 편이 나을까, 아니면 시간과 돈을 손실로 처리하고 되돌아가는 편이 나을까?

이는 영국에 적절한 질문이다. 영국의 에너지 비용은 높고 계속 오르고 있으며, 가계 요금은 3년래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가스 가격이 주된 원인이지만, 시장 구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확히 1년 전쯤 영국은 지역별 가격제를 거부하고 단일 전국 가격을 택했다. 지역별 가격제는 특정 지역의 전력 비용이 현지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시장 시스템이다. 이 결정은 점점 더 잘못된 판단으로 보인다.

지역별 가격제는 시장에 신호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 대부분과 이탈리아·스웨덴·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선호되는 시스템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과잉인 지역의 전력 비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들이 그곳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풍력·태양광 발전소는 다른 지역에 들어서도록 유도한다.

전국 단일 전력가격을 고수함으로써 영국은 사실상 지역별 가격 차이가 남부에 많은 풍력터빈을 설치하는 대신 바람이 강한 스코틀랜드에 설치하거나, 에너지 집약 산업이 발전소 인근으로 이전할 만큼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상적인 시스템의 형태는 사실상 정해졌고, 전국 단일 가격은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에 더 큰 확실성을 제공해 자본비용을 낮추고 건설을 앞당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무엇보다 AI는 입지 측면에서 비교적 유연한 새로운 잠재 수요를 대거 창출했다. 가령 스코틀랜드에서 기술 기업가들에게 충분히 낮은 전력가격을 제시한다면, 이들은 중앙계획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책은 최적이 아닐 수 있는 목적지로 이어질 뿐 아니라, 그 경로도 우회적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생산 전력을 송전하는 전력망보다 훨씬 빠르게 건설되고 있다. 그 결과 영국은 북부에서 버려지는 풍력 전력에 거액을 지불하는 한편, 남부의 병목을 완화하기 위해 가스화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총 밸런싱 비용(10억 파운드)을 보여주는 막대 차트: 오프밸런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방향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이미 선택한 경로를 상당히 멀리 따라왔다. 막대한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보하고 배치했으며, 대규모 전력망 업그레이드도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면 방향을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편익은 줄어들 것이다.

대신 영국은 전국 단일 가격제를 고수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전·저장 자산을 보다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방안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의 지정된 AI 성장 구역에서 전력 가격을 할인하는 방안 등 보완책과 우회책을 마련하고 있다. ‘개편된 전국 단일 가격제’를 시행하는 일은 고된 과정이다. 그러나 올바른 길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면, 영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기존 경로를 더 빠르게 나아가는 것이다.

camilla.palladin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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