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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소비재 산업

반(反)AI 포트폴리오: 만년필, 워해머, 필름 카메라

저널링, 스도쿠, 퍼즐북 등 비(非)디지털 취미 활동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게시됨 2026년 9월 13일2026년 9월 13일401 단어원문 ↗

게시일 2026년 9월 13일

임박한 종말을 걱정하거나, 좀 더 담백하게 말하자면 AI 버블이 터질지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이 주제 자체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 꽤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소비자들도 비슷한 심경인 듯하다. 저널링, 스도쿠, 퍼즐북 등 비(非)디지털 취미 활동이 다시 인기를 얻으며 돌아오고 있다.

이 단서들을 연결해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모펀드 대기업 아폴로(Apollo) 소유의 미국 공예품 소매업체 미셸스(Michaels)는 지난 3월, 뜨개질·저널링·그림 그리기 등 아날로그 취미에 대한 자사 웹사이트 검색량이 그 전 6개월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모레스킨(Moleskine) 노트의 유기적 매출은 수년간의 감소 끝에 올해 상반기 6% 이상 증가했다고 벨기에 모기업 디이테른(D'Ieteren)은 말한다. 런던의 번화가에는 세련된 문구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구할 수 있는 것들의 실물 버전 역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워너 뮤직(Warner Music)의 비닐 레코드·CD·DVD 매출은 수년간 정체되다가 최근 분기 15% 증가했다. 후지필름(Fujifilm) 인스탁스(Instax) 즉석 카메라의 판매는 지난 분기 거의 3분의 1에 가까이 늘었다. 닐슨아이큐(NielsenIQ)에 따르면 스도쿠와 숫자 퍼즐은 지난해 10% 이상 증가했다.

Table turning(판도의 역전)을 보여주는 미국 실물 음반 매출 성장률(%) 세로 막대 차트

많은 대형 상장사의 경우 아날로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아 기업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추세의 수혜를 받는 좀 더 집중적인 기업들도 몇 곳 있다. 영국의 자그마한 서적·공예·취미용품 소매업체인 The Works의 주가는 올해 거의 세 배에 가깝게 올랐다. 그 밖의 수혜주로는 Sharpie와 Paper Mate 펜을 보유한 소비재 기업 뉴얼 브랜즈(Newell Brands)가 있다. 필기구 부문의 성장이 크게 견인하며 회사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주가가 60% 상승했다. Games Workshop은 매출의 95%를 워해머(Warhammer) 미니어처에서 창출하며, S&P Capital IQ에 따르면 호전적인 28배의 예상주가수익비율로 거래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아날로그 취미에 베팅하는 것은 궁극의 역발상 투자다. AI 거인들은 기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이를 이용하는 기기 또한 갈수록 정교해지는 가운데, 우리 머릿속에서 점점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폴더블폰, OpenAI의 곧 출시될 홈 컴패니언 등 수많은 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일단 소비자가 벗어나기로 하면 한층 더 뜨겁게 아날로그에 몰두할 것이라는 데 베팅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gaia.freydefont@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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