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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에너지

엘니뇨는 유럽 에너지 시장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유럽 대륙의 저장 시설 충전율은 69%로, 작년 이맘때 80%를 넘었던 수치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게시 2시간 전2026년 9월 18일457 단어원문 ↗

게시됨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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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얼굴에 주먹이 꽂히기 전까지는 나름의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이크 타이슨의 말로 전해지는 이 격언은 연이은 에너지 위기에 얻어맞아 온 유럽이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놓인 처지를 꽤 잘 보여준다. 유럽 대륙의 전략이란, 굳이 있다면, 그저 날씨가 그리 춥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공정히 말하자면, 원투 펀치를 얻어맞아 휘청이는 상황에서 장기 계획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공급 포트폴리오에서 핵심 공급원을 잃어 이미 벅차 있던 유럽은 이란 전쟁이라는 타격까지 받았다. 이 전쟁은 석유 흐름에 차질을 빚었을 뿐 아니라, 세계 공급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마저 발이 묶이게 했다. 그 결과 이 연료의 가격이 뛰었다. 8월 유럽 거래소 가격은 2025년 8월 가격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여름철 가스 가격이 높으면 사업자들은 겨울을 대비해 추가로 사서 저장하려는 의욕을 잃는다. 어차피 많은 이들은 날씨가 쌀쌀해지기 전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기를 바랐다. 봉쇄돼 있던 물량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면 겨울 가격이 여름 가격보다 낮아져 트레이더들이 잠재적 손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에 따르면 유럽의 가스 저장고는 69%밖에 채워지지 않았는데, 작년 같은 시기에는 80%를 넘었다. 다가오는 겨울은 불편할 정도로 빠듯해 보인다.

유럽 가스 저장량(용량 대비 %)을 보여주는 선 그래프, 'Trouble in store(저장난)'

관련 수치를 가늠해 보자면,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Oxford Institute of Energy Studies)의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Lex 칼럼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유럽은 평균적인 겨울 동안 약 2,500억~2,600억 입방미터(bcm)의 가스가 필요하다. 같은 기간 유럽은 대체로 2,000억 입방미터가량을 생산하거나 구매하고, 나머지 500억~600억 입방미터의 부족분은 저장된 가스를 꺼내 메운다.

현재 저장시설에는 700억 입방미터가 넘는 가스가 비축돼 있으니 그다지 겁낼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길고 추운 겨울에는 가스 수요가 약 250억 입방미터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한파는 북반구 전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그만큼 한정된 LNG를 두고 유럽 소비자와 아시아 소비자 간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당연하게도 유럽인들은 날씨, 특히 올해의 슈퍼 엘니뇨 현상을 촘촘히 주시하고 있다. 열대 태평양에서 특히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이 해류·기후 패턴은 일반적으로 더 따뜻한 기온과 연관되는데, 적어도 가을과 겨울 초반까지는 그렇다. 반면 엘니뇨가 나타난 해의 겨울 후반부는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공기 냄새를 맡고 관절 통증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에너지 계획을 대신하기 어렵다. 영국인들이 뼈저리게 알고 있듯이, 날씨에 베팅하는 것은 지는 전략이다.

camilla.palladin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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