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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 경제와 정치는 중동 전쟁의 확산 우려, 기후 충격, 성장 둔화와 자산 불평등이 서로 얽히며 불안정성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이끄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가 하마스와 가자지구 내 모든 무장세력의 “완전한 무장해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는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이스라엘군은 무장해제가 이뤄지는 만큼 가자지구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이다. 이집트는 하마스가 무기를 기술관료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위원회에 점진적으로 넘기기로 했으며, 무장해제는 위원회와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가자지구 진입과 연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고 하마스와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스라엘 극우 세력은 계획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합의를 “용납할 수 없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거부를 요구했고, 이스라엘 당국자는 하마스의 완전한 비무장과 가자지구의 완전한 비군사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역시 인도적 지원 확대 등 이스라엘의 기존 의무 이행이 먼저라고 밝혔다. 새 로드맵에는 가자지구 내 군사공격 중단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가는 경로가 포함돼 있어 네타냐후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란을 “매우 강하게” 공격하겠다며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때까지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동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 혁명수비대 측은 공격이 이뤄지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역내 핵심 시설을 겨냥하겠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브렌트유 가격은 7월 들어 약 25% 오른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항공업계와 중앙은행에도 부담을 키웠다. 영국항공 모회사 IAG는 올해 공급 좌석 규모를 당초 계획한 3% 증가 대신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연료비는 83억~86억 유로로 지난해보다 10억 유로 이상 늘어날 전망이며, 상반기 세전이익은 17억 유로에서 14억 유로로 19% 감소했다. IAG는 연료비 증가분의 약 60%만 운임 인상과 비용 절감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내에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둘러싼 이견이 커졌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9명은 동결을 지지했다. 연준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3.5~3.75%에 머물고 있으나, 목표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 물가는 6월 전년 대비 3.7% 올라 2% 목표를 5년째 웃돌고 있다. 미국의 30년물 국채금리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9월 인상을 시사하지 않자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도 7월 2.9%로 6월의 2.8%에서 높아졌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10% 상승했고 서비스 물가는 3.3%,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5%로 올랐다.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25%로 유지하고 있지만,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이어질 경우 9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강해졌다. 유로존 경제는 2분기 0.4% 성장해 예상보다 견조했지만, 물가 압력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졌다.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5개월 만에 처음 기준선 50을 밑돌았고, 서비스·건설을 포함한 비제조업 PMI는 49로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 지수는 47까지 떨어졌다.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도 4.3%로 공식 목표를 밑돈 가운데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재정 지출을 서두르겠다고 했지만 대규모 부양책은 내놓지 않았다. 반면 6월 수출은 전년 대비 27% 늘었고, 중국은 2025년 1조2000억달러의 사상 최대 상품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물류와 산업을 동시에 압박했다. 독일 라인강 수위는 약 25㎝까지 떨어져 최근 8년 내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선박 적재량이 줄면서 운송비가 오르고, 철도와 도로로 물량을 대체하기도 어려워 화학업체들의 생산 차질 우려가 커졌다. BASF는 루트비히스하펜 공장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경고했고, 과거 2018년 가뭄 당시에는 영업이익이 2억5000만 유로 감소했다. 경제학자들은 저수위가 독일 성장률을 최대 0.2%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불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앞으로 수주간 그리스와 이탈리아, 중부 유럽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판단했다. 크레타섬에서는 소방관 2명이 숨지고 8000명이 대피했으며, 파로스와 안드로스에서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EU 비상대응센터는 지난해 19건이었던 지원 요청을 올해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프랑스 지롱드 지역에서는 대피자 22만명 중 절반가량이 귀가했지만 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세계기상귀속연구단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이번 극한 산불 기상의 발생 가능성이 프랑스에서는 최소 2배, 스페인에서는 20배 이상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제적 격차와 기후·물가 충격은 부의 중요성이 소득보다 커진 사회 구조와 맞물리고 있다. 영국·미국·독일·프랑스의 중위 가구 가처분 순자산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실질 기준 약 2배로 늘었지만 소득은 약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국에서는 평균 임금으로 저축해 부의 하위 25%에서 상위 25%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시간이 약 20년에서 40년으로 늘었다. 상위 10%와 상위 1%의 부의 비중은 최근 15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임금으로 자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지면서 사회적 박탈감과 정치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에서는 존 힐리 재무장관이 10월 28일 첫 예산안을 발표한다. 힐리 장관과 앤디 번햄 총리는 재정준칙을 “충분히 준수하는” 동시에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재정 여유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물가와 국채금리가 오르고 성장 전망이 약화되면서, 지난 3월 제시된 236억파운드의 재정 여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번햄 총리는 사회복지 개편과 직업교육 확대,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 2028년 광역시장에 소득세 일부를 배분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어 증세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인공지능 투자 열풍의 후유증이 나타났다.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이끄는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7월 자산이 67% 급감했다. 2024년 설립된 이 펀드는 AI 관련 공격적 투자로 자산이 200억달러를 넘었지만, 블룸에너지와 샌디스크 등 보유 종목이 급락하자 씨티델과 공모주식 대부분을 10% 넘는 할인율로 긴급 매각했다. 아셴브레너는 손실에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앞으로 은행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펀드는 여전히 연초 대비 80%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축구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200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싼 내부 반발이 폭발했다. FIFA 최고운영책임자 케빈 라무르는 새 상업법인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 지분 20% 매각안이 “한 사람의 프로젝트”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의 고문이던 전 미국축구연맹 회장 카를로스 코르데이로도 계획을 “축구에 나쁜 거래”라고 비판하며 사임했다. 아시아축구연맹은 FIFA의 협의와 의사결정 구조 자체에 근본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고, 인판티노 회장의 내년 재선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스페인령 세우타에서는 모로코에서 바다를 건너려는 이주민 약 6만명이 몰려들었고, 최소 57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이주민은 수영 강습을 받고 방수 주머니와 오리발을 준비했으며, 소셜미디어에는 해류와 경로를 공유하는 글이 퍼졌다. 스페인 경찰은 짧게는 수백 미터인 구간도 강한 조류와 인파 때문에 수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세우타와 모로코의 소득 격차가 세계 어느 육상 국경보다 크다고 말했다.
문화계에서는 캐서린 메이어의 신작 『분열과 통치』가 왕실 여성 8명이 언론의 공격을 받아온 역사를 조명했다. 앤 불린에서 엘리자베스 1세와 빅토리아 여왕, 다이애나 왕세자비,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까지 다룬 이 책은 여성 왕족이 “너무 어둡고, 야심차고,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로 표적이 됐다는 주장을 펼친다. 영국 정치 팟캐스트 ‘폴리티컬 픽스’는 번햄 총리의 사회복지 개편과 직업교육 계획, 이른바 ‘번햄 효과’를 분석하며 새 정부의 정책 공세와 재원 마련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