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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대외정책을 둘러싼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내 부유층의 세금 공방과 동맹국과의 갈등도 동시에 격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여론조사기관 포컬데이터와 함께 실시한 전국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53%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자신의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무당층에서는 그 비율이 57%에 육박했고,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거의 4분의 1이 같은 답변을 했다.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문제를 다루는 데 민주당을 공화당보다 더 신뢰했으며, 일자리와 경제 운영에서도 민주당이 우위를 보였다. 등록 유권자의 거의 3분의 2는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고, 무당층의 3분의 2 이상과 공화당 지지자의 3분의 1 이상도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 응답자는 4명 중 1명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5%였으며,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약 20%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공화당 내 순지지율은 전월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이란 전쟁으로 차입 비용과 휘발유·소비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최근 7월 물가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3.4%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해 트럼프에게 정권을 넘겼을 때보다 여전히 높았다. 지난주 발표된 별도 지표에서는 높은 물가로 소비를 줄이는 미국인이 늘면서 소비자심리가 거의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고, 실질임금도 지난달 감소했다.
11월 중간선거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투표 대상이 아니지만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진다.
미국 내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들이 부유세 저지 운동에 거액을 추가로 투입했다. 블록체인 기업 리플의 크리스 라슨 회장은 부유세 반대 단체 ‘더 나은 캘리포니아 만들기’에 1000만달러를 추가 기부했고, 벤처투자자 존 도어는 750만달러, 투자자 존 헤링은 94만6000달러, 그리녹스캐피털 창업자 닐 메타는 25만달러를 각각 보탰다. 이 단체가 지난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새로 유입된 자금은 모두 약 4000만달러에 달한다.
단체는 또 부유세 반대 캠페인과, 관련 세금·지출 제한을 강화해 부유세안을 무력화하려는 경쟁 법안인 주민발의안 41호와 42호를 지지하는 캠페인에 각각 500만달러씩 지원했다고 밝혔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2주 전 2000만달러를 추가로 기부해 누적 기부액이 1억달러를 넘어섰다. 단체는 6월 말까지 약 12명의 기부자로부터 1억1000만달러 이상을 모금한 상태였다.
노동조합 SEIU-UHW가 지지하는 주민발의안 40호는 1월 1일 현재 캘리포니아 거주자였던 사람 가운데 과세 대상 자산이 10억달러를 넘는 억만장자에게 일회성으로 재산의 5%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지지자들은 약 1000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해 90%는 의료, 10%는 교육과 식료품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주장한다. 브린은 기준일을 앞둔 2025년 말 네바다주로 이주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세무당국이 실제 거주지를 옮겼는지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이달 법안을 지지했지만, 개빈 뉴섬 주지사는 부유층 이탈로 세수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도 동맹과의 마찰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연례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대폭 축소하라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은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미 취소하기에는 늦었다는 이유로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며, 북한이 자신이 대통령인 동안 “위협적이지 않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이번 훈련을 “침략전쟁을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이 사안이 훈련 축소 결정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억지를 위해 한반도 주변에서 정기적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서울과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에 불안감을 키울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는 한국이 무역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미국과 브라질의 외교관계 역시 대법관 제재 문제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인권 문제를 이유로 제재했다가 해제한 브라질 연방대법원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은 모라이스 대법관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상대로 검열, 자의적 구금, 정치적 기소를 벌였다고 비판해왔다.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미국은 지난해 모라이스 대법관과 그의 부인, 가족 소유 기업에 글로벌 마그니츠키법 제재를 부과했지만, 12월 트럼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회동 및 통화 이후 이를 해제했다. 그러나 모라이스 대법관이 다른 대법관과 그 가족에 관한 보도 경위를 조사하며 기자와 취재원으로 지목된 2명의 자택을 경찰이 압수수색하도록 허가한 사건이 언론의 자유 논쟁을 일으키면서 미국의 관심이 다시 커졌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해당 정보가 불법적으로 입수·공개돼 대법관 가족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라질 내에서 민주주의와 허위정보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가자지구에서 매일 30~40명을 살해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제적 비난을 더 키웠다. 그는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공격으로 인질이 된 롬 브라슬라브스키가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매일 밤 30~40건의 표적 암살을 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위협이 아닌 사람들까지 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자지구 전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공격 당시 이스라엘 측 집계로 약 1200명이 숨지고 250명 이상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세로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당국 집계 7만3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지난해 10월 휴전 이후에도 1200명이 숨졌다. 유엔 조사기구와 인권단체, 집단학살 연구자들은 이스라엘의 작전을 집단학살로 규정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국제법을 준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가 촉발한 클랙턴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선거가 당과 자신의 재정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요 정당들이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패라지는 33명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고, 주된 경쟁자였던 이색 후보 ‘카운트 빈페이스’는 27%를 득표했다. 그러나 패라지가 2024년 총선 전 태국 기반 가상자산 사업가 크리스토퍼 하번으로부터 받은 500만파운드의 신고 의무를 둘러싼 의회 조사도 재개됐다.
패라지는 해당 돈이 자신이 정치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받은 조건 없는 선물이라고 주장한다. 별도로 경찰은 패라지의 측근이자 사기죄 전력이 있는 조지 코트렐의 어머니 피오나 코트렐과, 개혁당 부대표 리처드 타이스가 지배하는 회사에서 개혁당으로 흘러간 100만파운드 기부금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개혁당은 위반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잇따른 논란은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상 보수당의 부동층 유권자들이 개혁당을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개혁당의 지지율은 한때 30%대 초중반까지 올랐지만, 영국의 소선거구제에서 패라지가 집권하려면 30%대 후반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